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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文/チョン・ウンスク(정은숙)

 

먼 역사의 길이기도 하다

 

오쿠마츠시마올레길에서 가장 가까운 역은 JR노비루역(野蒜駅)이다. 새로 지은 역사 앞 광장에 서 있는 시계의 분침은 멈춰 서 있다. 그 때 그 날 바로 2010년 3월11일 2시 30분에.그리고 다음과 같은 문구가 적혀 있다.

 

 

 3월11 잊을 수 없는 동일본대지진의 교훈을 전하고 재해에 강한 동네를 만들자

 

절망을 희망으로 이겨내고 있는 그들의 자연에 대한 겸손과 강한 삶의 의지가 엿보인다.

 

오쿠마츠시마올레길은 바닷길과 숲길뿐만 아니라 역사의 길도 함께 한다. 그것도 아득히 먼 일본의 선사시대이다. 일본의 선사시대라는 말을 듣고 조몬, 야요이라는 일본어가 떠오르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들으면 아하 그래 맞아 무릎을 칠 수도 있다. 조몬(縄文)이란 줄무늬를 뜻하는 것으로 조몬시대(縄文時代)란 줄무늬 토기가 많이 발굴된 시대를 말한다. 이 시대 일본 최대 규모의 패총이 발굴된 사또하마조문공원이 바로 이 곳 올레길에 있다.

 

공원까지의 이동은 택시다. 정비된 패총, 교류관, 역사자료관, 조문마을을 걸어 나와, 올레리본을 따라 고갯길을 오른다. 볕이 좋은 덕일까, 고갯길 옆 밭고랑에는 무, 양배추, 갓, 파 등 한국농가의 텃밭처럼 낯익은 채소들이 겨울인데도 푸른빛을 내고 있다.

 

고갯마루에는 한국의 절과는 색채부터 다른 무채색의 의왕사(医王寺)가 있다. 절 아래로는 텃밭이 앞마당이며 뒷마당인 일본 농가들이 여유롭게 터를 잡고 있다. 동네를 뒤로 하고 유연하게 굽어진 길을 따라 내려가면 앞으로는 잔잔한 바다를 뒤로는 나지막한 산을 두르고 오롯하게 들어앉은 널찍한 평지를 만난다. 한 눈에도 아늑한 이곳은 조몬인들이 물고기를 잡고 조개를 캐고, 산에서 열매를 따며 살았던 촌락이 있던 곳이라 한다. 좋은 터는 그 먼 옛날이나 지금이나 같나 보다. 평온하다는 말이 딱 맞아 떨어지는 넉넉한 풍경이다.

 

바닷쪽으로 나있는 갈대 숲길을 걸어 보는 것도 좋다.

일상의 소음이란 하나도 없는 원시의 길.

 

 

쉬멍 걸으멍 생각하멍 터벅터벅 걷는 길!

 

언덕 위, 이국적인 갈색 풍경이 펼쳐진다.

 

나무계단을 따라 언덕길을 올라간다. 뒤 돌아 보자, 걸어 온 길이 한 눈에 내려 다 보인다. 굽어 진 곡선의 길, ‘서편제’에 나온 청산도 그 길이 오버랩되는 건 왜일까!

 

어떤 풍경을 보고 아 겨울이면 아 여름이면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아름드리 벚나무, 비탈길에 심은 유채, 꽃망울 터트리는 봄날, 이곳은 어떤 풍경을 하고 있을까! 잠시 눈을 감아 보기도 한다.

 

언덕 위, 잠깐 쉼을 할 수 벤치가 있다. 큰 숨을 들이 쉬고 내쉰다. 잿빛 구름이 엷게 드리워진 푸른 하늘, 그 사이로 내리쬐는 조금은 무덤덤한 겨울 햇살, 가지를 드러낸 앙상한 나무들, 이국의 무채색 풍경 속에 잠시 나를 맡겨 둔다.

 

 


바람에 휘날리는 올레리본, 걷는 이들의 길잡이가 되 준다.

 

올레리본을 길잡이 삼아 다시 걷기 시작한다. 걷다 보면 발을 멈추게 하는 것들이 있다. 때론 하늘이 되기고 하고, 때론 들꽃이 되기도 하고, 때론 바람이 되기도 한다. 가던 발이 멈춰 섰다. 얼핏 봐도 몇 백 년은 됐을 법한 범상치 않는 후박나무다. 나무 앞에 석등이 있고 누군가 매일 나무 주변을 깨끗이 쓸어 주는 빗자루도 한 곁에 놓여 있다. 마을 어귀나 언덕 배기에 있던 우리네당산나무 같이 주민들이 모시는 신목인 듯하다. 근처에 돌탑이 있을 것 같은데 없다. 돌멩이 하나를올리고 두 손을 모아 본다.

 

붉은 동백꽃 후두둑 떨어 진 길 넘어 오니 인가가 보인다. 동네어귀 주막이 있을 법한 자리에는 ‘민박 이스츠’라는 팻말과 자동판매기만 덩그러니 있다. 구멍가게 하나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욕심이다.

 

동네 한 바퀴를 돌다 만난 동네 어르신들, 대부분 한적한 시간을 보내는 분들이다. 적적한 그들에게 나그네는 좋은 말벗이 되기도 하고 그들 또한 나그네의 좋은 말벗이 되기도 한다.

 

동네를 나와 다시 걷기 시작한다. 아기자기한 숲길을 지나, 방파제 넘어 바다 길로 너른 들판 길로 걸어 나간다. 언제부터인가 함께 걷던 사람들이 각각 떨어져 자기 호흡만으로 걷는다.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 일상의 소음이란 하나도 없는 겨울 논길을 쉬멍 걸으멍 생각하멍 묵묵히 터벅터벅 걸어 나갈 뿐이다.



터벅터벅, 올레리본이 안내하는 길을 자기만의 리듬으로 걸어 나간다.